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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 30일 개봉한 영화 '쌍화점'이 개봉 이틀만에 45만명의 관객몰이를 했다. 실제 필자의 주변 사람들도 이 영화를 오래 전부터 예매해 보고 왔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에게서 들려오는 평가는 대부분 혹평이다. 혹평의 대부분의 내용은 자극성만 의지한 아무런 의미없는 영화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영화 '쌍화점'의 감독이 충무로 이야기꾼 유하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을 안다면, 이번 혹평은 보지 않은 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을 것이다. 영상보다는 탄탄한 스토리로 그동안 유하 감독은 승부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조인성과 주민모의 파격적인 동성애 장면과 조인성과 송지효의 정사 장면 (사실 이들 두 명의 정사 장면은 그다지 섹시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도리어 영화 '미인도'의 정사 장면이 더 강도가 높다)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없다.

일단 스토리를 조금 이야기 해보자. 작자 미상의 고려가요 '쌍화점'을 기반으로 등장인물들의 사랑과 애증, 집착 등이 끈적하게 버무려져 스크린 한가득 채우는 영화 '쌍화점'은 고려가 원나라의 속국으로 전락한 14세기 무렵 원의 억압 속에서 고려를 지키려는 왕 (주진모)은 여자를 품을 수 없기에 외모가 출중한 사대부 집안의 자제들로 구성된 친위부대 건룡위의 수장 홍림 (조인선)과 사랑을 나눈다. 문제의 발단은 원이 후사를 빌미로 왕을 바꾸려는 계략을 세우면서부터다. 왕은 궁여지책으로 홍림과 왕후 (송지효)를 대리 합궁할 것을 명하지만, 이로인해 세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몰아가면서 평안해보이는 운명이 혼란 속으로 빠지고 만다.

내용은 초반부터 쉽게 결말을 판단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보는 이들도 영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지치게 만든다. 영상으로 긴 러닝타임을 해결하기에는 관객들의 수준은 높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번 영화에서 수확물은 주진모의 달라진 모습이다. 의외로 사극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주는 주진모는 이번에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쌍화점'은 어떻게 보면 현재 한국 영화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속 없이 이미지와 배우의 인지도에만 의지해 힘도 달리면서 억지로 영화계를 이끌고 가려는 것이 똑같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관객몰이에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영화는 거의 저질수준이었지만 마케팅의 힘으로만 100만을 넘긴 공포 영화 '고사'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실속이 없다. 속이 탄탄하지 않으니, 처음에는 주목을 받지만 결국 껍질이 벗겨지는 순간 모두가 몰락한다. '쌍화점'이 45만명을 넘겼다고 좋아하는 것은 몇 년전에 영화계가 호황을 누리며 세칭 충무로 개가 만원짜리 물고다닌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실속이 없다는 것이다.

'쌍화점'이 어느 정도의 관객몰이를 할 것은 분명하다. 조인성과 주진모, 송지효의 인지도부터 시작해 이미 개봉 전부터 여러가지로 '파격적'인 내용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관객몰이의 성공이 곧 영화 '쌍화점'의 성공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듯 싶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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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해소리

최근 한국영화 시사회장에 가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말들이다. 침체되어 있는 한국영화를 살려달라고, 그리고 개봉 영화 잘되게 도와달라고 말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시사회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을 싫어한다. 아무리 잘 만든 영화 시사회장에 가더라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일단 화부터 난다.

한국 영화를 언론이나 관객들이 죽였나? 아니다. 관객들은 도리어 괜찮은 한국영화가 나올 때는 입소문내어 봐줬다. 정말 최악만 아니라면 기본은 지켜줬다. 애국심 한번 불붙으면 이거 게임 끝날 정도다. 불법이긴하지만 다운로드 받는 것도 네티즌들은 한국영화에 관해서는 예를 지킨다면서 한달정도는 업로드를 시키지도 않았다. (물론 이것조차도 하지 말아야 하지만).

언론은 한 술 더 떴다. 영화 나오기 전에도 줄줄이 보도자료 써주고, 영화를 보지도 않은 기자가 배우를 인터뷰해줬다. 극에서 무슨 역할을 어떻게 연기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배우들 귀찮아하는 표정 짓고, 앵무새처럼 했던 말 또하고 하면서 피곤한 모습 앞에서도 해줄 인터뷰 다 해줬다. 그 덕에 영화 개봉 며칠 전에는 아침 무료 일간신문 몇몇에는 영화 주연 배우들이 똑같은 옷 입고 똑같은 말한 내용이 똑같이 실린다.(당연하다. 홍보 인터뷰는 아예 배우가 한 장소에서 언론사 기자들 불러놓고 인터뷰를 일괄적으로 하니 말이다)

한국 영화 시사회장에는 수십명의 기자들이 몰려 '홍보' 일선에 서줬다. 솔직히 궁금하지도 않은 내용, 한 줄이라도 써내려가려고 질문했고 영화에 대한 철학이나 이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기자들이 질문해봐야 본전도 못 찾기에 아예 '소감 묻기 릴레이'로라도 끄적여줬다.

그런데 그럴때 영화판은 무엇 했는지 궁금했다. 영화의 질을 올리려 생각하지도 않고 겨우 배우 몇 명의 인지도에만 묻혀 그때그때 몇만명 관객 동원에 목매달아 이익만 내려하지 않았던가. 양적 향상만 노리다가 결국 질적 향상까지 놓쳐버리고 근본적으로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실상 그들에게는 이미 기회가 있었다. 바로 스크린쿼터제 도입 논란이 있었을 때다. 이때 영화인들이 제대로 정신 차릴 수 있었을 때다. 그런데 그 이후 어땠는가. 관객들이 '볼'만한 영화라고 말했던 것이 몇 편이나 있었는가. 개인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도 안된다.

영화인들은 왠지 살려주고 도와주면, 이후에는 그들을 살려주고 도와준 사람을 기억하지 못할 것 같다. 관객들의 돈만 가져간다고 해서, 언론의 홍보력만 적절히 잘 이용한다고 해서 부활할 한국영화판이 아니다. 체질 개선은 그들에게도 필요하다.

- 아해소리 -

2007/03/01 - [세상 읽기] - 영화계와 K리그, 기회를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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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해소리
 

친구와 카메라를 살펴보러 충무로를 왔다갔다하는데, 배낭족인 듯 한 외국인 두 명이 다가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외국인 "한국관이 어디죠?" (물론 영어로)


나·내 친구 '멀뚱멀뚱' (둘 다 한국관이 어디인지 모름)


내 친구 "친구, 114에 물어보고 난 후에 전화를 바꿔주는 것이 좋을 듯 싶네"


나 "그럼 잠시 기다리라 전해주게. 내 전화를 해볼테니"


아마도 이 대화의 시간이 길어야 30초 안팎이였다. 그때 외국인의 한마디 "Do you speak English?". 그리고 두세번 더 물어보더니 자기들끼리 서로 쳐다봤다.


나 "잠시만 기다려주시죠. 제가 알아보고요"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성질 급한 내 친구 한마디.


"No, Do you speak Korean?" 외국인 굉장히 당황하며 "No"


순간 내 친구가 무슨 말을 그 친구들에게 할지 눈에 보였다. 내 친구 약간 인상쓰며 "한국말 몰라? Do you speak Korean?"를 연거푸 외쳐댔다.


외국인들 서로 바라보며 당황하기 시작. 친구 가만히 외국인들을 쳐다보더니 일장 연설 들어갔다.


사실 내 친구는  회사 영어 프리젠테이션도 능숙하게 할 정도로 영어를 잘하는 친구다. 그런데 그 친구가 화를 냈던 것은 'Do you speak English?"때문이였다. 다소 앞서나가는 부분일지 몰라도 한국에 여행온 외국인이 한국인에게 영어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한 나라를 여행 온다는 것은 그 나라 문화를 체험하기 위함이고, 그렇다면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노력이라도 해야한다. 그런데 그 배낭족 외국인들은 최소한의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는 그 외국인들에게 이런 부분들에 대해 연설하기 시작했다. 그 외국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 모르지만, 당시에는 충분히(?)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사이 난 한국관의 위치를 알아내어 설명해주었고...


친구가 한국말을 아냐고 물어본 일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오바한 거 아냐?"부터 시작해 "야 한국 이미지 나빠졌겠다" "영어 잘하면 처음부터 이야기하면 되지 왜 한국말 할 줄 아냐고 들이대냐"는 등의 대개 친구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주류였다.


문화 어쩌구저쩌구 이야기해도 역시 반응은 "너무 과민반응이야"라는 대답뿐이였다. 나도 과민반응일런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 친구의 태도가 옳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해외여행 갈때 그 나라 언어 포켓북이라도 사서 비행기안에서까지 달달 외우면서 그들에게는 그같은 수고를 덜어주려 노력하는 이유는 몰까?


"한국은 가면 국민들이 영어를 어느정도 해서 여행하기가 편해"보다는 "한국에 가려면 최소한 기본적인 한국어를 알아놓아야 편한 여행을 해"라는 말이 외국인 여행객들 사이에 퍼지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아래는 저작권 침해를 무릅쓰고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선생님이 생애 첫 펴낸 산문집에 있는 글이다. 중간부분은 조금 빼고 선생님의 주장만을 길지만 옮겨본다.


<조정래 산문집 '누구나 홀로선 나무'중에>


"한국에는 다시 오고 싶지 않다.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너무나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인사동 길을 배경으로 어떤 미국 젊은이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거침없이 하는 말이었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그의 국적과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그건 KBS 밤 아홉시 뉴스 시간이었다.


-중략-


텔레비전 화면에서 맘껏 방자한 발언을 토해내고 있는 그 미국 젊은이는 추레한 입성에 배낭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가 정식으로 여행사를 통해 들어온 관광객이 아니고 흔히 보는 배낭여행족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특히 관광수입으로 먹고사는 나라들일수록 배낭족들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말썽과 사고가 날 우려가 많은 데다가 관광수입에 별로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배낭족들이 뿌리는 푼돈을 긁어모아야 할 만큼 급한 사정이란 말인가. 그런 자들까지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전 국민이 영어를 능통하게 하는 관광안내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가.


우리나라에도 세계적 경영망을 갖춘 여행사들이 수없이 많다. 한국을 여행하고 싶으면 돈 제대로 내고 그 여행사들을 통해서 들어오면 된다. 그러면 거기에는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아무런 불편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의식이라고는 없이 국영방송이 전 국민의 관광안내원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중략- (나머지는 책에서 보시길)

-아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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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해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