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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간 것은 지난 해 여름이었지만, 지리산을 진짜로 만난 것은 3년전이다. 지난 해는 비가 많이 와서 제대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내려와, 군산 선유도로 발길을 돌렸으니 지리산 끝자락서 인사만 하고 온 셈이다.


3년전 제대로 한번 지리산과 만나보자고 후배와 올라갔다. 이틀 밤을 자고 3일을 올랐다. 이전에 이미 며칠짜리 도보여행도 해봤고, 제주도 자전거 하이킹도 이래저리 5번정도 갔다왔으니, 지리산이라고 별거겠냐 싶었다. 아니 그 전에 뱀사골쪽으로 한번 살짝쿵 올라가 본 것이 화근이었다.


하룻밤을 산장서 지내고 가는 길에 난 지리산에게 가혹한 벌을 받았다. 다리 뒤쪽 근육이 무리하게 사용해서인지 제대로 접혀지지를 않았다. 내려가는 길을 온전히 가지 못하고, 뒤로 돌아서 천천히 내려가야했다. 덕분에 난 후배와 더불어 첫번째 산장서 인사를 나누고 이래저래 동행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느껴야했다.


산은 의외로 단순하면서도 가혹하다는 말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천천히 꾸준히 공경하며 또 믿으며 올라갔어야 했는데, 인간사 되풀이되는 문제인 '정복'의 개념으로 간 것이다. 만나러 가서 발밑에 정복하겠다고 갔으니, 어찌 벌을 안 받겠는가. 그러니 지리산이 나에게 앞으로 똑바로 보고 내려오지 못하고 뒤돌아 한발한발 발 뒷굼치에 힘주어 내려오게 한 것이다.


산 봉우리 봉우리 오를때마다 내가 경솔했음을 다시금 느꼈다. 내가 정복할 산이 아니었고, 내게 정복당할 산이 아니었다. 뒷짐지고 올라가는 뒷산조차도 어느때는 길을 헤매게 만드는데, 세개의 도를 걸쳐 인간사를 내려다보는 산을 발 밑에 두고자 했으니 정말 경솔했고 또 경솔했다.


봉우리 위에서 보니 하나의 봉우리가 다른 봉우리를 이끌고 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 나를 서있게하는 이 봉우리도 내 뒤쪽의 봉우리를 쫓아 어디론가 힘차게 가는 것 같았다. 그 뒤를 보니 검은 먹구름이 끼어 비가 오는 듯 했고, 오른쪽은 화창해 누워 잠자고픈 마음도 들었다.


자연이 사람에게 벌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잃어버렸을 때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어느 시인이나 소설가처럼 어떤 가르침이나 충격을 받고 온 것은 아니다. 단지 내 머리속에서는 또 가고 싶다는 것과 더불어 친하게 만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힘들때, 나를 찾고 싶을 가는 곳이 완도라면 지리산은 나를 키우고 싶을 때 가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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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해소리